
2025.04.05
택배 시장에서 ‘주 7일 배송’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쿠팡이 시장 점유율을 앞세워 매일 배송을 업계 표준처럼 만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CJ대한통운이 이에 대응해 연초부터 주 7일 배송을 시작했고 한진도 가세할 채비에 나서면서 택배업계 전반으로 변화의 조짐이 확산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이르면 이달 중 주 7일 배송 서비스를 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본사 차원에서 일부 대리점에 기본 계획안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구체적인 시행 시점과 방식은 내부 검토 중이다.
수도권 중심에서 전국 단위로 확대 예상
5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이르면 4월 중 주 7일 배송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진 본사에서는 일부 대리점에 주 7일 배송과 관련한 기본 계획안을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구체적인 시행 일정이나 지역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부 검토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그간 한진은 주말 배송을 수도권에 한해 외부 물류 대행사에 맡겨왔다. 그러나 이번 시범 계획이 실행되면 본사 및 대리점이 직접 주말 배송에 참여하게 되며 배송 가능 지역은 전국 광역시 단위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진이 주 7일 배송에 나서는 배경에는 CJ대한통운의 성과가 자리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올해 초부터 주 7일 배송을 전면 도입하면서 신규 화주 유치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1~2월 새롭게 계약한 고객 중 식품 카테고리 판매자 비중은 24.7%로 가장 높았고 생활·건강 부문이 23.7%를 차지했다. 업계는 특히 소비재 부문에서 ‘매일 배송’이 판매자 유입의 핵심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주말에도 상품을 신속히 받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지고 이는 곧 쇼핑몰 및 판매자들의 물량 확대와 계약 전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주 7일 배송 도입, 비용 부담되는 현실
다만, 한진이 모든 지역에 대해 일괄적으로 주 7일 배송을 도입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들은 한진이 일부 전략 화주에 한해 서비스를 시작하고 효과를 점검하면서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 7일 배송 도입은 고정비 증가라는 현실적인 과제를 동반한다. CJ대한통운 역시 서비스 도입 과정에서 노조와 협상해 주말 배송 수당, 타구역 배송 수당 등을 지급하고 있다. 이러한 인건비 및 운영비 증가로 인해 최소 수십억 원 규모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진도 유사한 형태의 추가 비용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결국 모든 택배사를 대상으로 한 주 7일 배송 도입보다는 전략적 선택이 필수라는 것이 업계 공통된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C커머스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11번가, 쿠팡 로켓 제휴 셀러 등 대형 온라인 판매자 중심으로 시범 서비스를 진행한 뒤 화주 만족도와 비용 대비 효과를 검토해 확대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진의 이러한 움직임은 타 경쟁사에도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 7일 배송을 제공하는 물류사가 늘어날수록 고객사 유치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타사 대응 주목
롯데글로벌로지스를 비롯한 경쟁사들의 대응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주 7일 배송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물량 증가에 따른 외형 확대는 가능하지만 수익성 악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한진의 택배사업 영업이익은 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77.5% 감소했다. 같은 기간 택배 물량은 5억6000만 박스로 1.4% 증가했지만 고정비 증가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역시 1조3848억 원으로 전년보다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물량 확대와 수익성 저하 사이에서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주 7일 배송은 마케팅 효과는 크지만 비용 측면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진 관계자는 “주 7일 배송 도입은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사안으로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택배업계의 ‘매일 배송’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서비스 혁신과 수익성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향후 각사의 운명을 좌우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