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4.06
쿠팡이 초저가 패션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C커머스의 국내 진출로 촉발된 가격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현지에서 패션 셀러 영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와 글로벌 커머스 경쟁 심화에 따른 대응 전략으로 해석된다.
중국서 첫 패션 컨퍼런스 개최…입점 전략 공개
6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3월 2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봄 신패션 카테고리 킥오프 컨퍼런스(Spring New Fashion Category Kick-off Conference)’를 개최했다. 항저우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협회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쿠팡이 중국 현지에서 패션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마련한 첫 대규모 셀러 행사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쿠팡 플랫폼의 장점과 입점 절차 전반, 물류 및 마케팅 지원 정책, 카테고리별 소비 트렌드가 소개됐다. 특히 한국 내 패션 시장의 흐름과 소비자 특성에 대한 설명이 집중적으로 다뤄져, 참가한 중국 셀러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본격적인 중국 셀러 영입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라며 “입점 이후의 성장 전략까지 함께 제시한 점에서 기존 설명회와 차별화된 행사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C커머스 영향 확대…가격 경쟁 본격화
쿠팡이 중국 셀러 유치에 적극 나서는 배경에는 C커머스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가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쉬인 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은 빠른 배송과 초저가 전략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 소비자들은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서 생활용품(53.8%) 다음으로 의류(40.1%)를 가장 많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패션 시장 내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현지 셀러를 대거 영입했고 그 결과 지난 2월 기준 패션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38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국내 패션 시장의 ‘가격 파괴’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국내 브랜드와 유통업체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 경쟁이 본격화되며 새로운 생존 전략이 필요해진 것이다. 국내 소비 트렌드 역시 가성비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쿠팡의 전략적 선택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불황형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고가 브랜드보다는 저렴하면서 실용적인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고 특히 패션 부문에서 그 흐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쿠팡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지난달 ‘쿠패세(쿠팡 패션 세일)’를 통해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나섰다. 총 500여개 브랜드가 참여한 대규모 행사에서 최대 80%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소비자 호응을 이끌어냈다. 셔츠 팬츠 운동화 등 데일리 아이템 중심의 할인 구성이 특징이었으며, 패션 부문 거래량 역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션 넘어 전 카테고리로 중국 셀러 확대
쿠팡의 중국 셀러 유치 전략은 패션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 카테고리로 확장된 중국 셀러 영입을 통해 상품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쿠팡은 지난달부터 ‘2025 쿠팡 라이트닝 스토어 오픈 시즌’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셀러 대상 캠페인을 본격 전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쿠팡 플랫폼에 처음 진입하는 셀러들에게 입점 지원금 혜택 물류 인프라 활용 가이드 프로모션 연계 마케팅 등을 일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빠른 배송이 가능한 ‘로켓그로스’ 입점 셀러 확대를 위해 2023년 10월부터 베이징 광저우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를 돌며 설명회를 개최해왔다. 쿠팡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셀러를 대거 확보함으로써 상품 구색은 물론 전반적인 고객 만족도를 함께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쿠팡의 이번 전략이 단기적인 마케팅 차원을 넘어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분석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C커머스의 본격적인 국내 진출은 초저가 시장을 빠르게 구축했고 기존 국내 유통 구조에 큰 압박을 주고 있다”며 “쿠팡은 중국 셀러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커머스 플랫폼 간 경쟁이 단순한 국내 시장 경쟁이 아니라 국가 간 공급망과 가격 전략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만큼, 쿠팡의 이번 행보는 국내 유통 시장 전체에 큰 파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셀러까지 섭렵하려는 쿠팡. 이는 한국 셀러들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셀러들은 이에 호응할 수 있는가?